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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인의 꿈을 재현하다, 옻칠화가 임선미 씨 (Sun mi L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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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
| 임선미 |
작성일 : |
2006-05-18 18:33:42 |
조회수 : |
1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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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선미씨의 회화 작품에서는 우리네 안방 한 구석을 차지했던 전통 가구의 고풍스러움과 여인들의 부엌 찬장에 다소곳이 앉아있었을 분청사기의 자태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그런가하면 모란의 노란 꽃술은 낙죽(烙竹)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하며, 꽃의 줄기는 네거티브 필름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의 그림에서 이처럼 다양한 질감의 혼재를 경험할 수 있는 건, 그의 작품이 전적으로 옻칠(옻나무의 수액)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옻칠하면 으레 화려한 장롱과 정교한 공예품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 우리에게 옻칠화가 임선미 씨는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옻칠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중국으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벽화를 공부했다는 임선미 씨는 지필묵만 가지고는 표현할 길이 없던 자신의 내면을 그곳에서 배우게 된 옻칠화를 통해 비로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옻칠화를 그린 지 어언 십 년. 이제는 베테랑이 되었을 법도 싶지만,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늘 새로운 시작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옻칠화는 그림을 그릴 목판부터 색을 내기 위한 안료, 그리고 다양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오브제까지 회화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그리 녹록치않으리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한 마디로 인내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옻칠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맨 먼저 정제하지 않은 생칠(生漆)과 만나야 한다. 그때 옻이 몸에 오르게 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그다지 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가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임선미 씨. 그러고보면 몸에 옻이 오르는 과정은 앞으로의 산고를 준비하기 위한 통과의례인지도 모른다. 무당이 신열에 들뜨듯이 말이다.
옻칠화를 그리는 첫 번째 단계는 그림을 그릴 목판을 준비하는 것이다. 변형과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목판에 두세 번 정도 옻을 먹이고 나면, 기왓장 가루에 생칠을 섞어 발라야 한다. 이것을 건조시킨 후, 다시 여러 번의 사포질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사포질이 끝났다고 해서 목판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 옻을 다시 칠하는 ‘중칠’ 을 두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목판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찍이 국문학자 조윤제 선생이 한국인의 특성이라고 갈파한 ‘은근과 끈기’ 야말로 옻칠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태동력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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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나긴 준비과정이 필요하니 작품 한 점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한 한 달은 걸린다. 게다가 색이 제대로 피어나려면 몇 년이 걸리기 예사니, 옻칠화는 시간과 함께 무르익어 가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옻칠화에서 한국적인 감수성이 발현되는 부분은 역시 빛깔에 있다. 번번히 힘든 과정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임선미 씨가 옻칠화를 고집하는 이유도 미려한 색깔 때문이 아니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풍기며 우러나오는 빛깔은 색 자체가 천박스럽지 않아 우아하기 그지없다.
옻은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레디메이드(Ready-made)가 아니라, 작품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살아 있는’ 재료다. 공기와 접촉하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회백색의 생옻은 저으면 저을수록 시시각각 그 빛깔이 달라진다. 옻나무 삼천 그루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이 고작 40Kg 밖에 안 될만큼 귀하디 귀한 옻. 거기에 작가의 헌신과 열정이 첨가되니 옻칠화가 오랜 시간 동안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게 아닐까.
그의 작품에서 깊고 따뜻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비단 재료 덕분만은 아니다. 임선미 씨가 즐겨 다루는 소재는 우리 옛 여인들이 사용하던 기물이나 나비, 꽃, 풀 등 초충도나 화조도의 소재로 곧잘 채택되던 것들. 민화나 자연물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이렇게 인공미가 배제된 자연스럽고 소 박한 소재들에 이끌린다. “정한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던 옛 여인들처럼 나역시 나와 내 이웃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고 밝히는 임선미 씨. 자신이 만들어낸 모란과 화병, 나비와 장롱 속에서 그는 한국 여인의 꿈을 재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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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들어내는 옻칠화의 검은 바탕은 보는 사람을 그 깊고 신비스러운 심연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색의 향기와 깊이를 체험하게 된다.
글∙지근화(雪花秀 2004년 가을호 CoverStory)
임선미 씨는 북경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를 공부한 뒤, 사천미술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2002년에는 ‘중국 전국 미술대학 우수작품전’ 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감성과 열정의 파동전>, <한국국제아트페어전> 등에 참여했고, 얼마 전에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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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雪花秀 2004년 가을호 CoverStory로 설화수 매거진( http://www.sulwhasoo.co.kr/news/news03.jsp ) 접속하신 후 2004년 가을호
( http://v2main.trueebook.com/engine/isapi/frame.dll?bc=1650&co=pacific&gp=0&ul=ko )를 클릭한뒤 10페이지~13페이지에서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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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미 |
2006/0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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